나는 이 부분을 참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원래 서울대 공대를 목표로 공부를 했었는데 막상 고3 수능을 마치고 나니 의대를 갈지 약대를 갈지 고민하게 되었다. 배치표 상 의대 점수는 컷에 있는 합격권이었고 약대 점수는 안정권이었다. 접수마감 6시까지 과를 적는 란을 비워두고 의대와 약대 사이에서 뭐를 넣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 때는 의대공부가 힘들고 기간이 길다는 게 나에게 단점으로 느껴졌고 나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공대가 아니라면 좀 더 연구와 가까운 약대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사와 의사가 된 지금의 생각은 좀 달라졌다. 둘 다 해보고 나니 사람의 목표 및 성격에 따라 각각 맞는 길이 있다고 생각된다.
1. 학문 적성에 따라 약사, 의사를 선택하면 안 된다.
약사 및 의사의 90%는 동네약국이나 동네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이렇게 약사 및 의사로 일하는 것은 공부랑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자신이 약국을 할 생각이나 의원을 할 생각이라면 나는 화학을 좋아하니 약대를 가야지 혹은 나는 생물을 좋아하니 의대를 가야지라고 가면 막상 일을 할 때 괴리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생물과 화학을 좋아한다면 학교 다닐 때 학업에 대해서 좀 더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대를 졸업하고 난 뒤에 하는 일은 약대에서 배운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나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는 것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이다 보니 실망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이 화학과 관련된 연구원이 될 생각이라면 약대를 가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임상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어느 분야의 적성보다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상관없다.
2. QOL을 원한다면 약사를, 주도적인 일을 원한다면 의사를
약사로 일하면 일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많지 않다. 의사에 비해 큰 책임이 따르지 않고 처방전에 따라 조제하는 일이 주업무이기 때문이다. 보통 9시 출근 7시 퇴근을 하고 토요일은 5시까지 격주 근무이다. 이것이 풀타임 페이약사 근무이다. 출근하면 가장 바쁜 오전 시간에 조제업무를 하고 복약지도를 한다. 이 업무의 반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급여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내가 근무할 때(2014년)에는 세후 월500 정도를 받았다. 자기 취미활동하기 적당한 시간과 급여이다. 그리고 이렇게 돈을 모아서 약국을 차린다면 예상소득은 배 정도 될 것이다. 물론 대도시에는 월 1000 정도의 개국 자리는 거의 없으며 시골에서 근무를 해야할 것이다. 단점이라면 업무의 주도성이 없기 때문에 단조롭다는 점이며 예상소득이 의사에 비해 적다는 점이다.
업무의 주도성이 없다는 것에 많은 약사들이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약사가 처방전을 검토해서 잘못된 게 있으면 의사에게 얘기하고 처방전을 수정하는 게 원칙이고 이것이 상호감시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사와 약사사이에서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그 이유는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만들어진 관계 때문이다.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약사는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즉 의사가 처방전을 보내줘야 약국은 돈을 벌 수 있다. 약국의 주수입은 처방전에 의한 처방조제료와 복약지도비이다. 그런데 의사와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면 의사가 다른 곳으로 병원을 이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확연하게 처방전의 약이 잘못되지 않은 이상, 감시보다는 처방전의 오류를 확인해주는 역할에 그친다.
물론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약사를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약대를 다니고 있거나 약사를 할 계획을 가진 사람에게 이 점을 강조해주고 싶은 것이다. 업무의 주도성은 없을 수 있고 한계가 있지만 일 이외의 삶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육아에 대한 고민이 없는 20대 초중반에는 잘 모르지만 일을 하는 와중에 자기 시간을 같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약사는 그것이 가능하다. 약국을 개업하고 나면 약사는 자기약국을 운영하면서 페이약사를 두고 오전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오후에 출근할 수도 있다. 물론 의사도 가능하지만 약사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 심한 경우는 약국을 페이약사에게 맡겨 놓고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약사들도 종종 있다. 또한 의사는 좀 더 환자를 유치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롭기가 어렵지만 약사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모아주면 그것으로 자연스럽게 약국으로 오는 환자가 늘어나므로 그런 압박감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따라서 자기 시간을 그만큼 더 갖기를 원하고 주도적으로 할 수 없다는 업무의 한계가 자신의 성격상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약사를 선택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3. 직업으로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의사를, 빠르게 돈을 벌어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약사를
이 부분이 사실 제일 민감한 부분이다. 사실 페이를 오픈하는 것보다 대략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했던 지역 외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의사는 과마다 예상소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인턴과 레지던트는 예외이므로 배제하기로 한다. 일단 예상 급여는
개원의사 > 전문의 > 개국약사> 일반의 > 약사이다.
근로강도는 개원의사 > 개국약사 > 약사, 전문의, 일반의(case by case)이다.
예상소득은 기대소득으로 정했다. 이 정도 소득이 되면 개업을 하겠다 아니면 취직을 하겠다이다. 근로강도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겠으나 사실 개원 및 개국은 내가 해보지 못해서 정확히 평가하진 못하겠지만 운영 스트레스를 감안하였고 주말에 쉬지 못하고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강도를 높게 평가하였다. 보통은 의사가 약사보다 근로강도가 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만일에 대학병원에서 스태프로 있거나 혹은 인턴, 레지던트를 하고 있다면 당연히 약사보다 근로강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일한다고 하면 약사보다 근로강도가 높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시 소득으로 들어오면 생각보다 개국약사 소득이 크진 않다. 소득이 크려면 무조건 자기 건물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약국은 무조건 건물 1층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건물 1층은 보증금과 월세가 쎌 뿐만 아니라 약국이라는 점에서 권리금도 크고 월세도 더 붙여서 임대를 놓는다. 즉 소득이 많은 만큼 월세를 그만큼 많이 붙인다는 얘기이다. 특히나 건물소유주가 의사나 약사라면 권리금과 월세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갈 것이다. 그래서 벌어들이는 소득에는 한계가 생긴다. 물론 여기서 소득의 한계가 생기고 적다는 것은 전문직에서의 얘기이다. 물론 여타 직업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높은 소득이다. 다음은 급여와 관련된 한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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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의 월평균임금 추정액이 2016년 기준으로 의사 1300만원, 약사 600만원, 간호사 300만원으로 조사됐다.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4/240019/
내가 봤을 때 이것은 페닥과 페이약사의 세후 월평균 급여이고 사실 이것보다는 최소 1.5~2배는 벌어야 개원을 하거나 개국을 하는 게 이득일 것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것에서 권리금과 월세의 부담이 있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상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의사와 달리 약사는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 약국을 졸업 후 빠른 시간 내에 차릴 수 있으므로 의사보다 좀 더 젊은 나이에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의사의 경우 전문의를 따는 때까지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이 걸리겠지만 전문의를 따고 나면 상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고 또한 병원을 개원할 시 약국 개업보다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좀 더 빨리 돈을 벌어야될 필요성이 있다면 약대를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