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서 일을 하고 난 뒤 다시 의전원에 입학했었다. 변시를 거치고, 의학을 공부해보니 각 과정의 이수 난이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었다.
사람마다 학업에서 느끼는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과정을 거치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건 로스쿨, 그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건 의전원이었다. 지금은 서로 그 분위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로스쿨에서는 자신의 권리,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 하다 보니 까다로운 사람들은 있었어도 납득할만한 과정 속에 토론을 거쳐 전반적인 일을 결정하였다. 그런데 내가 의전원을 다닐 당시, 엄밀히 따지면 지방대 의전원을 다닐 때에는 사뭇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 외의 다른 일로 압박이 더 많이 가해졌던 것 같다. 한 두 학년 차이 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군기를 잡는 이상한 병폐가 있었고, 나는 그런 일에 두 세 발짝 떨어져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런 행위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스트레스였었다.
하지만 학업 자체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의전원의 커리큘럼 상 방학에는 쉬어도 되고, 매주 시험이 있긴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2~3일 정도는 쉬어도 상위권의 성적을 받는 것도 큰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이전에 약사고시를 보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당시에는 쉬는 날 없이 매일 공부했던 것을 떠올리면, 공부량 자체는 많지 않아도 됐던 것 같다. 그리고 변호사시험과 다른 점은 의사고시의 합격률은 꽤나 높았고, 떨어질 염려를 하는 시험은 아니었다. 그리고 만일 학점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시험 하루 전 날만 공부해도 졸업하는데는 지장이 없었다(이건 약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졸업 및 시험 합격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량은 로스쿨>>> 의전원>약대 였다. 그런데 내가 실제 했던 공부량은 약대=로스쿨=의전원이었다. 세 과정 모두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하는데는 끝이 없었고, 나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만일 내가 의사가 되고 싶은데 의대과정이 너무 힘들 것 같아 걱정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졸업과 의사면허라는 것에만 목표를 둔다면 다른 대학생들보다는 조금 더 일정이 빠듯할 순 있겠으나, 청춘을 즐기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몇몇 학생들은 학업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 친구들의 특징은 목표보다 자신의 성취 사이에 갭이 큰 경우이다. 항상 1등만 해오던 친구들이 막상 와서 열심히 했는데 하위권의 성적을 받고 나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알아두어야 할 것은 1등만 모아 놓은 곳에서 100명 중 80등을 했다고 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지 못 하는 학우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자신이 잘 못 하는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물론 공부방법이 잘 못 되어서, 열심히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한 경우도 많다. 수능공부와 의학공부는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기술해보려 한다.